
물리치료사의 하루는 몸으로 시작해서 몸으로 끝난다.
굳은 어깨를 풀고, 마비된 다리에 힘이 들어가도록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시키고, 환자가 넘어지지 않게 곁에서 받친다. 하루가 끝나면 손목이 시리고 허리가 뻐근하다. 그게 우리 일이다. 몸이 밑천이고, 그 몸을 매일 조금씩 갈아 넣는다.
그런데 치료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.
환자를 한 명 보고 나면 기록이 기다린다. 오늘 무슨 치료를 했는지, 환자 상태가 어땠는지, 입원 며칠째인지. 그걸 차트에 적고, 다시 다른 양식에 옮겨 적고, 월말이 되면 누군가 그 종이들을 전부 모아 숫자를 센다. 손으로.
종일 환자를 보느라 이미 진이 빠진 사람들이, 퇴근 무렵엔 책상에 앉아 또 한 번 진을 뺐다.
나는 그게 늘 걸렸다
같은 내용을 왜 두 번 세 번 옮겨 적어야 하지. 이 통계는 왜 매번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. 이거,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인가.
남들은 “원래 그런 거지” 하고 넘어갔다. 나는 그게 잘 안 됐다. 한번 눈에 들어온 비효율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. 밥을 먹다가도, 퇴근길 운전을 하다가도 ’그걸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’를 생각했다. 성격이라면 성격이고, 병이라면 병이다.
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못 견디는 마음 하나가 전부였다. 기술도 지식도 아니었다. 그냥 불편한 걸 불편하다고 느끼고, 그걸 그냥 두지 못하는 마음.
문제는 하나였다
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.
코드가 뭔지도 몰랐다. 코드는 외국어보다 멀었고, 프로그램이라는 건 나 같은 사람이 만드는 물건이 아니라 어디 먼 회사의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 파는 물건이었다. 내가 가진 거라고는 그 못 견디는 마음과,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 몇 개가 전부였다.
그 질문이 처음으로 손에 잡히는 일이 된 건, 우리 치료실 여섯 곳이 저마다 따로 써내던 문서들 앞에서였다 —
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
그 문서들이 어떻게 스프레드시트가 되고, 스프레드시트가 어떻게 첫 프로그램이 되고, 그 하나가 어떻게 1년 만에 스물두 개가 됐는지. 실패한 밤들과 AI가 자신 있게 틀리던 순간들까지 — 전 과정은 책에 담았습니다.
Comments
Loading comments…